도서관
미캉 25-04-09 01:48 24
공부할 것은 많은데 얼굴을 볼 시간이 도통 없던 관계로.
지금, 코비와 미캉은 군도서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휴, 미안해. 코비...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인데.”
“괜찮아요. 미캉 씨. 지금 한창 바쁠 때잖아요.”

하루하루 격동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 개정되는 법들도, 해적들을 상대할 군함에 들어온 새 무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봐야 했다.
추가로 미캉이 공부할 논문들도 가득 쌓여 있었다.
미캉이 다루는 수많은 주제 중에서 오늘 볼 것은 알려지지 않은 악마의 열매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사락사락.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미캉은 공부하느라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어 코비를 눈에 담았다.
그녀의 눈에는 서류를 비교해보며 골똘히 고민하는 코비가 있었다.
코비의 사랑스러운 분홍 머리는 미캉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도 힘내야지.’

미캉은 새어나오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자신이 보던 논문에 집중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코비의 손이 잠시 멈춘 것도 모른 체.


* * *


공기조차 조용한 새벽.
늦은 밤부터 이용객들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한 도서관은 적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보라색 안경까지 쓰며 서류에 집중하고 있던 코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근새근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소리의 근원지는 미캉이었다. 며칠 동안 불면에 시달렸던 그녀가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미캉 씨...”

작게 연인의 이름을 읊조리며, 코비는 조심히 일어나 미캉의 곁으로 갔다.
숨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녀의 등에 제 겉옷을 덮어주었다.

“음...코비?”
“아, 일어나셨어요?”

미캉은 등 위에 덮인 겉옷을 살짝 당겨 제 몸을 감쌌다.
코비를 올려다 본 그녀의 볼이 옅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코비 냄새. 좋아.”

미캉의 부스스한 말에 코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얼굴이 새빨개지지 못해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놀리지 마세요...”

코비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진짜인데.”

미캉이 푸흐하고 웃는 소리에 코비는 헛기침을 했다.

“미캉 씨. 조금 주무실래요? 지금 여기 우리밖에 없으니까.”

평소라면 괜찮다고 할 미캉이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가 꽤 되었는지 그녀의 귀에 코비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그럼 한 시간만 부탁해.”
“네.”

엎드려서 자던 미캉의 등이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자 코비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턱을 괴었다.
코비가 겨우 잡아놓은 집중력은 미캉의 웃음에 와르르 무너져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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