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맹세
미캉
25-04-11 23:02
8
이곳은 회복 병동.
하치노스에서 기적처럼 돌아온 코비가 몸을 회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이 구름에 가려진 덕분에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는 지금은 그저 코비가 지친 몸과 마음을 그의 믿을 수 있는 동료들 곁에서 편히 기대고 있다.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잠을 자고 있는 코비는 적지 않게 다친 듯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하지만 미캉은 코비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코비가 누워있는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코비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젠, 정말 많이 강해졌네.”
미캉 역시 견문색이 특기인 해군 장교.
강해진 코비의 패기를 미캉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자신을 아득히 앞서가겠지.
아직은 저 멀리에 있는 코비 자신의 꿈을 위해.
“내가 말했지? 코비는 할 수 있다고.”
언젠가 코비가 해군 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코비가 아직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의 눈을 한번 믿어보라며 얘기했던 2년 전이, 미캉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생각났다.
물론 그 말은 100% 중에 101% 진심이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미캉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젠 나도 마냥 이렇게만 있을 수 없는. 그런 때가 와버렸네.”
조심조심 코비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언제까지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제 그만 일어나려는 그때, 코비가 눈을 부스스 떴다.
“...어디 가요...나 여기 있는데.”
“코비? 언제 일어났어?”
“방금, 미캉 씨가 이렇게만 있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요.”
미캉은 코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의 뺨을 어루만지곤 허리를 숙여 코비의 이마에 입을 맞춰 미캉의 애정을 표현했다.
지금 몸이 아픈 코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러자 코비는 제 볼에 닿은 미캉의 손에 얼굴을 기울이곤 고개를 돌려 미캉의 손바닥과 손목 경계에 정중히 입을 맞췄다.
그때였다.
미캉의 손이 평소와 다르게 다소 시원한 무언가가 얼굴에 닿았다.
코비의 눈에는 분명 반지였다.
“어... 미캉 씨. 이 반지 뭐예요?”
코비는 미캉의 중지에 끼워져 있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가 안심한 사실을 알았다.
반지 같은 거 미캉이 가끔 반 농담 삼아 같이 맞춰보자고 얘기하긴 했지만, 꾸미는 용으로 가지고 다닐 만큼 관심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응. 이거. 이 반지에 악마의 열매를 먹였거든. 지금은 적응 중이라 계속 끼고 있어.”
“악마의 열매라고요? 미캉 씨. 수영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어째서...”
“푸흐, 나중에 헤엄칠 때가 오면 빼면 되니까.”
미캉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코비였다.
코비도 미캉과 같이 하는 수영을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어떤 열매예요?”
“으응, ‘벡터벡터 열매’라는 거야. 쉽게 말하면... 일정 범위 내의 ‘벡터’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열매. 이젠 반지가 되겠구나.”
“벡터? 힘의 구성요소... 맞죠?”
미캉은 다소 정답에 근접한 답을 내리는 코비의 모습에 잠시 놀랐다.
보통은 물리 같은 건 다들 일단 들으면 일단 귀부터 막기 마련이니까.
“응....! 코비 정말 공부 열심히 했구나. 대단하다.”
“으... 그런 말을 과학자한테 듣고 싶진 않아요.”
대견하다는 미캉의 반응에 코비는 차마 ‘제 연인이 과학자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죠.’라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쳤다.
“사실, 그 열매 베가펑크가 찾아준 거야. 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열매라면서.”
‘백터’는 ‘힘’과 비슷하면서 다른 힘이다.
힘의 크기만을 나타내는 ‘스칼라’와는 달리, 크기와 방향까지 나타내는 물리량인 ‘벡터’.
그것을 이해하고 바로 전투에 적용할 만큼의 이해력과 응용력을 가진 머리는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베가평크의 판단은 적절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코비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미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건에 열매를 먹인 건 정말 적절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반지예요?”
언젠가 미캉에게 꼭 맞는 반지를 선물하고 싶었던 코비의 얼굴이 잠깐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미캉이 그의 근심을 걷어버렸으니까.
“여기에 맹세하는 거야. 더욱더 강해지는 코비의 옆에 있을 수 있게 나도 강해지겠다고. 그리고 코비 만큼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을 위해 강해지겠다고. 그렇게 마음 먹었으니까. 그러니까 반지가 적합했어. 뭔가 강한 약속 같잖아? 나하고 하는.”
어느새 구름에 숨은 달이 슬며시 나와 미캉을 비췄다.
노을 빛이 아닌 하얀 달빛을 받은 미캉의 미소가 코비의 심장을 다시금 쿵쿵 두드렸다.
SWORD 동료들과는 결이 다른 강인함.
그리고 코비의 마음에 앗아간 아름다움.
세간의 사람들은 해적 여제 보아 핸콕을 세계 제일의 미녀로 꼽지만, 언젠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자칭하는 해적한테 시달렸던 코비에겐 질림. 그 자체였다.
그랬는데 코비 만을 위한 사랑의 여신이 눈앞에 있었다. 이제 코비는 그 여신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코비?”
코비는 말없이 미캉의 중지에 있는 반지를 조심스레 빼곤, 그녀의 왼손 약지에 조심히 끼웠다.
“...언젠가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서 예쁜 걸 끼워드리고 싶었는데, 이것보다 더 멋진 반지는 없을 것 같아서... 지금은 이렇게 미캉 씨 약지에 제가 직접 반지를 끼워드리는 걸로. 만족해 줄 수 있나요?”
“으,응?”
“안 될까요...?”
수채화처럼 말갛게 달아오르는 미캉의 양 볼이 놀람을 표현하고 뒤이어 말없이 끄덕이는 미캉의 고개에 동의를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오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심장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이었다.
하치노스에서 기적처럼 돌아온 코비가 몸을 회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이 구름에 가려진 덕분에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는 지금은 그저 코비가 지친 몸과 마음을 그의 믿을 수 있는 동료들 곁에서 편히 기대고 있다.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잠을 자고 있는 코비는 적지 않게 다친 듯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하지만 미캉은 코비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코비가 누워있는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코비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젠, 정말 많이 강해졌네.”
미캉 역시 견문색이 특기인 해군 장교.
강해진 코비의 패기를 미캉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자신을 아득히 앞서가겠지.
아직은 저 멀리에 있는 코비 자신의 꿈을 위해.
“내가 말했지? 코비는 할 수 있다고.”
언젠가 코비가 해군 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코비가 아직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의 눈을 한번 믿어보라며 얘기했던 2년 전이, 미캉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생각났다.
물론 그 말은 100% 중에 101% 진심이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미캉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젠 나도 마냥 이렇게만 있을 수 없는. 그런 때가 와버렸네.”
조심조심 코비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언제까지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어서 이제 그만 일어나려는 그때, 코비가 눈을 부스스 떴다.
“...어디 가요...나 여기 있는데.”
“코비? 언제 일어났어?”
“방금, 미캉 씨가 이렇게만 있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요.”
미캉은 코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의 뺨을 어루만지곤 허리를 숙여 코비의 이마에 입을 맞춰 미캉의 애정을 표현했다.
지금 몸이 아픈 코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러자 코비는 제 볼에 닿은 미캉의 손에 얼굴을 기울이곤 고개를 돌려 미캉의 손바닥과 손목 경계에 정중히 입을 맞췄다.
그때였다.
미캉의 손이 평소와 다르게 다소 시원한 무언가가 얼굴에 닿았다.
코비의 눈에는 분명 반지였다.
“어... 미캉 씨. 이 반지 뭐예요?”
코비는 미캉의 중지에 끼워져 있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가 안심한 사실을 알았다.
반지 같은 거 미캉이 가끔 반 농담 삼아 같이 맞춰보자고 얘기하긴 했지만, 꾸미는 용으로 가지고 다닐 만큼 관심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리라.
“응. 이거. 이 반지에 악마의 열매를 먹였거든. 지금은 적응 중이라 계속 끼고 있어.”
“악마의 열매라고요? 미캉 씨. 수영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어째서...”
“푸흐, 나중에 헤엄칠 때가 오면 빼면 되니까.”
미캉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코비였다.
코비도 미캉과 같이 하는 수영을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어떤 열매예요?”
“으응, ‘벡터벡터 열매’라는 거야. 쉽게 말하면... 일정 범위 내의 ‘벡터’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열매. 이젠 반지가 되겠구나.”
“벡터? 힘의 구성요소... 맞죠?”
미캉은 다소 정답에 근접한 답을 내리는 코비의 모습에 잠시 놀랐다.
보통은 물리 같은 건 다들 일단 들으면 일단 귀부터 막기 마련이니까.
“응....! 코비 정말 공부 열심히 했구나. 대단하다.”
“으... 그런 말을 과학자한테 듣고 싶진 않아요.”
대견하다는 미캉의 반응에 코비는 차마 ‘제 연인이 과학자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죠.’라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쳤다.
“사실, 그 열매 베가펑크가 찾아준 거야. 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열매라면서.”
‘백터’는 ‘힘’과 비슷하면서 다른 힘이다.
힘의 크기만을 나타내는 ‘스칼라’와는 달리, 크기와 방향까지 나타내는 물리량인 ‘벡터’.
그것을 이해하고 바로 전투에 적용할 만큼의 이해력과 응용력을 가진 머리는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베가평크의 판단은 적절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코비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미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건에 열매를 먹인 건 정말 적절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반지예요?”
언젠가 미캉에게 꼭 맞는 반지를 선물하고 싶었던 코비의 얼굴이 잠깐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미캉이 그의 근심을 걷어버렸으니까.
“여기에 맹세하는 거야. 더욱더 강해지는 코비의 옆에 있을 수 있게 나도 강해지겠다고. 그리고 코비 만큼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을 위해 강해지겠다고. 그렇게 마음 먹었으니까. 그러니까 반지가 적합했어. 뭔가 강한 약속 같잖아? 나하고 하는.”
어느새 구름에 숨은 달이 슬며시 나와 미캉을 비췄다.
노을 빛이 아닌 하얀 달빛을 받은 미캉의 미소가 코비의 심장을 다시금 쿵쿵 두드렸다.
SWORD 동료들과는 결이 다른 강인함.
그리고 코비의 마음에 앗아간 아름다움.
세간의 사람들은 해적 여제 보아 핸콕을 세계 제일의 미녀로 꼽지만, 언젠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자칭하는 해적한테 시달렸던 코비에겐 질림. 그 자체였다.
그랬는데 코비 만을 위한 사랑의 여신이 눈앞에 있었다. 이제 코비는 그 여신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코비?”
코비는 말없이 미캉의 중지에 있는 반지를 조심스레 빼곤, 그녀의 왼손 약지에 조심히 끼웠다.
“...언젠가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서 예쁜 걸 끼워드리고 싶었는데, 이것보다 더 멋진 반지는 없을 것 같아서... 지금은 이렇게 미캉 씨 약지에 제가 직접 반지를 끼워드리는 걸로. 만족해 줄 수 있나요?”
“으,응?”
“안 될까요...?”
수채화처럼 말갛게 달아오르는 미캉의 양 볼이 놀람을 표현하고 뒤이어 말없이 끄덕이는 미캉의 고개에 동의를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오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심장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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