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던 그 날
미캉
25-04-13 16:00
13
"코비, 이제는 진짜 들어가야지. "
"그렇지만..."
"나도 좋지만, 지금 세 번째라고."
오랜만에 데이트하고 집으로 가는 길.
코비가 미캉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발이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벌써 동네 세 바퀴째이다.
좀 더 붙잡고 싶지만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날을 꼬박 새울 것 같았다.
코비가 이대로 헤어지기 싫다고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굳이 미캉이 말하지 않았던 탓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식으로 연인이 된 건 정말 얼마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어?"
한두 방울씩 오던 비가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우산 없지? 일단 우리 집에서... 비 피하고 있을래?"
그녀의 말에 코비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 3단 우산이 있긴 하지만, 지금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 * *
다세대 주택 2층에 자리하고 있는 미캉의 집.
계단을 올라갈 떄마다 코비의 심장이 쿵쿵거리고 있었다.
책을 빌리러 몇 번 미캉의 집에 온 적은 있지만, 연인이 되고 나서는 처음이기에 그럴 것이다.
철컥
미캉이 열쇠로 문을 열자, 그녀에게서 나는 편안한 향이 코비를 감쌌다.
"실례합니다."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남의 집이니까."
미캉은 코비를 눈에 담으며 눈에 고운 곡선을 그렸다.
예의 바른 것은 코비의 좋은 점 중 하나니까.
하지만 자신 앞에선 조금 흐트러져도 될 텐데.
아주 잠시 그리 생각했다가 그 모습도 자신이 사랑하는 코비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캉이었다.
손님용 슬리퍼를 코비 앞에 놓곤 미캉은 거실의 소파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 있어. 따뜻한 차라도 내올 테니까. 음...코비는 커피 싫어하니까, 코코아?"
"아, 네, 네!"
코비의 말에 미캉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와 숟가락으로 가루를 더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렸나.
그제야 미캉은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요리하는 거 조금 배워둘걸.'
엄청난 요리치인 미캉이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게 차 종류라는 것이 지금은 정말이지 아쉬웠다.
미캉은 부엌에서 따뜻하게 덮인 물과 우유, 그리고 코코아 가루를 넣은 잔 두 개를 가져왔다.
"고맙습니다."
코비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비 내리는 밤하늘을 보는 미캉.
코비가 보는 미캉은 뭐든 능숙해 보였다.
일로써도 선배이지만 그 의외의 것. 특히 스킨십에서도 미캉이 자신에게 다가왔으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지 고민하느라, 쑥스러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코비의 손을 잡은 것은 미캉이었다.
연상이라서 그런 걸까. 그
녀라면 왠지 자신 말고도 누군가와 이런 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어두워져 버렸다.
"코비?"
그것을 미캉이 놓칠 리가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미캉은 코비의 말에 코비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네 얼굴이 아닌 게 아닌데... 혹시 열 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 아니에요."
"그럼?"
"그, 그게요..."
적당히 둘러대려던 코비의 눈에 걱정이 덕지덕지 묻은 미캉의 얼굴이 보였다.
그 울망울망한 눈을 보자니 적당히 둘러댈 수 없었다.
"...미캉 씨는...그...손잡는 거라던가 뭐든 능숙해 보여서. 그래서..."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뱉고 나니 '이런 건 왜 말했지'하며 자책하느라 점점 작아지는 코비의 목소리 끝에는 열이 올라 새빨개진 미캉의 얼굴이 있었다.
"...미캉 씨?"
"그래서 싫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처음이라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사람과 깊은 사이가 된 것도 전부 처음이라서. 서툴러서..."
횡설수설하는 코비 앞에 보인 것은 드물게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 미캉의 옆 모습이었다.
"나도 코비가 처음...인데."
그럴 리가.
미캉의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처음이었다니.
코비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결국, 놀람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던 코비는 표정을 가리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푹 숙였다.
다만 미캉은 코비의 붉은 귀 끝을 보고 그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제가...제가 더 노력할게요. 뭐든지요."
노력 같은 거 안 해도 되는데.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미캉이었지만 그래도 코비의 말 속에 자신에 대한 마음도 느껴져서.
"응."
미캉은 이렇게 말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나도 좋지만, 지금 세 번째라고."
오랜만에 데이트하고 집으로 가는 길.
코비가 미캉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발이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벌써 동네 세 바퀴째이다.
좀 더 붙잡고 싶지만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날을 꼬박 새울 것 같았다.
코비가 이대로 헤어지기 싫다고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굳이 미캉이 말하지 않았던 탓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식으로 연인이 된 건 정말 얼마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어?"
한두 방울씩 오던 비가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우산 없지? 일단 우리 집에서... 비 피하고 있을래?"
그녀의 말에 코비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 3단 우산이 있긴 하지만, 지금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 * *
다세대 주택 2층에 자리하고 있는 미캉의 집.
계단을 올라갈 떄마다 코비의 심장이 쿵쿵거리고 있었다.
책을 빌리러 몇 번 미캉의 집에 온 적은 있지만, 연인이 되고 나서는 처음이기에 그럴 것이다.
철컥
미캉이 열쇠로 문을 열자, 그녀에게서 나는 편안한 향이 코비를 감쌌다.
"실례합니다."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남의 집이니까."
미캉은 코비를 눈에 담으며 눈에 고운 곡선을 그렸다.
예의 바른 것은 코비의 좋은 점 중 하나니까.
하지만 자신 앞에선 조금 흐트러져도 될 텐데.
아주 잠시 그리 생각했다가 그 모습도 자신이 사랑하는 코비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캉이었다.
손님용 슬리퍼를 코비 앞에 놓곤 미캉은 거실의 소파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 있어. 따뜻한 차라도 내올 테니까. 음...코비는 커피 싫어하니까, 코코아?"
"아, 네, 네!"
코비의 말에 미캉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와 숟가락으로 가루를 더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렸나.
그제야 미캉은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요리하는 거 조금 배워둘걸.'
엄청난 요리치인 미캉이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게 차 종류라는 것이 지금은 정말이지 아쉬웠다.
미캉은 부엌에서 따뜻하게 덮인 물과 우유, 그리고 코코아 가루를 넣은 잔 두 개를 가져왔다.
"고맙습니다."
코비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비 내리는 밤하늘을 보는 미캉.
코비가 보는 미캉은 뭐든 능숙해 보였다.
일로써도 선배이지만 그 의외의 것. 특히 스킨십에서도 미캉이 자신에게 다가왔으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지 고민하느라, 쑥스러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코비의 손을 잡은 것은 미캉이었다.
연상이라서 그런 걸까. 그
녀라면 왠지 자신 말고도 누군가와 이런 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어두워져 버렸다.
"코비?"
그것을 미캉이 놓칠 리가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미캉은 코비의 말에 코비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네 얼굴이 아닌 게 아닌데... 혹시 열 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 아니에요."
"그럼?"
"그, 그게요..."
적당히 둘러대려던 코비의 눈에 걱정이 덕지덕지 묻은 미캉의 얼굴이 보였다.
그 울망울망한 눈을 보자니 적당히 둘러댈 수 없었다.
"...미캉 씨는...그...손잡는 거라던가 뭐든 능숙해 보여서. 그래서..."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뱉고 나니 '이런 건 왜 말했지'하며 자책하느라 점점 작아지는 코비의 목소리 끝에는 열이 올라 새빨개진 미캉의 얼굴이 있었다.
"...미캉 씨?"
"그래서 싫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처음이라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사람과 깊은 사이가 된 것도 전부 처음이라서. 서툴러서..."
횡설수설하는 코비 앞에 보인 것은 드물게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 미캉의 옆 모습이었다.
"나도 코비가 처음...인데."
그럴 리가.
미캉의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처음이었다니.
코비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결국, 놀람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던 코비는 표정을 가리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푹 숙였다.
다만 미캉은 코비의 붉은 귀 끝을 보고 그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제가...제가 더 노력할게요. 뭐든지요."
노력 같은 거 안 해도 되는데.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미캉이었지만 그래도 코비의 말 속에 자신에 대한 마음도 느껴져서.
"응."
미캉은 이렇게 말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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