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빛 벚꽃
미캉 25-04-07 20:53 28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를 지나 땅을 적시는 봄비가 내리고 나니 하나둘씩 피던 꽃들이 어느새 거리를 알록달록 수놓았다.

하얀 목련도, 노란 수선화도, 빨간 튤립도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 미캉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벚꽃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연인의 머리색을 가장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만난 곳도 벚나무였으니, 더 그러했다.

1년동안 잠깐 볼 수 있는 벚꽃이 만개한 순간. 올해도 코비는 미캉과 그때를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겨우 시간을 내어 약속을 잡았건만.



"설마, 미캉 씨 전보벌레 안 가져가셨나?"



갑자기 생긴 일.

그것도 꽤 촌각을 다루는 일이었다.

오늘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전보를 했으나. 그녀가 받지 않았다.

이런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것이 왜 하필 오늘인 것인가!


코비는 안절부절못하며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해군이니 이런 종류의 일도 자주 생기곤 했으니, 소장 정도의 직급을 가진 그녀라면 분명 본인의 상황을 짐작하고 돌아갔으리라.


코비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코비에게 주어진 상황은 꽤 급박했다.







* * *







파랗게 맑았던 하늘이 주황빛을 머금고 있었다.



"헉, 헉..."



혹시,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시겠지.

머리로는 그렇게 납득하고 있는데, 왜 가슴은 빨리 가보라며 쿵쾅거리는 것일까.


그래, 혹시 모르니까 확인하러 가는 거야.


오늘 종일, 아니 언제나 보고픈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언덕 위의 벚나무가 조금씩 코비의 눈에 보였다.




"...!"




그때, 코비의 검은 눈이 노을 빛에 빛났다.

바람을 타고 살랑이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상냥한 미소를 띠는.

그가 사랑하는 빛을 띠고 있는 그녀가 눈에 비쳤기 때문이다.


코비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아직 계실리가 없는데.

그랬는데.




"코비, 왔어?"

"미캉 씨?"



미캉의 목소리에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미캉인 것을, 환각이나 환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아직도...."

"코비라면 약속에 늦을 리가 없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실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도 왔잖아?"



미캉은 맑게 웃으며 코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어있는 벚꽃이 너무 예뻐서.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걸. 그러니까-"



괜찮다고.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미캉이 말하려는 그때. 코비의 체향이 훅 들어왔다.



"..."



미캉을 제 품에 꼭 안고서 그녀의 작은 어깨에 얼굴을 비비는 코비가 느껴졌다.

미캉은 눈을 감고 그를 마주 앉았다.

미캉이 좋아하는 벚꽃색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하듯이 쓰다듬었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에 조금 뻑뻑해진 것을 손끝으로도 알 수 있어서 미캉은 미소 지었다. 오늘도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였겠지. 얼마나 그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갔을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코비, 오늘도 수고했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미캉의 다정한 말에 코비는 코끝이 찡해졌다.

이러다간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해도 눈물과 콧물이 와르르 쏟아져 주체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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